물론 Netflix가 K-콘텐츠의 원천 IP를 확보하는 것과 관련해 모두가 반대하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Warner Bros.-Discovery의 포맷 개발 파트 부사장인 Adam Steinman은 BCWW 행사 후 한 인터뷰에서 "(Netflix가 한국 제작사의 콘텐츠 IP를 '가져갔다'는 논란과 관련해) 솔직히 왜 논쟁으로 불거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 넷플릭스가 <오.겜> IP를 확보한 건 제작비를 전액 지원해서다. 제작사 싸이런픽쳐스는 애초 넷플릭스를 1순위로 두지 않았다. 여러 방송사 문을 두들겼지만,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찾아간 곳이 넷플릭스였다. IP 등의 권리 배분에 약간의 변화는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들었으니 IP를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아직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오.겜>이 넷플릭스 덕에 누린 제작, 홍보, 마케팅 등의 지원이 흥행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지 생각해보길 바란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의 말처럼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국내 시청자들의 눈높이와 글로벌 시장 내 K-콘텐츠의 위상을 드높이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그만한 수준에 걸맞는 물질적 투자와 비물질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한 콘텐츠 마케팅 컨퍼런스CMS 2022에서 황동혁 감독은 Netflix가 규모가 크고 크리에이티브 측면에서도 신선한 마케팅을 주도적·공격적으로 기획한 덕분에 무형의 콘텐츠인 <오.겜>도 일반 대중들의 관심을 살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김은희 작가 또한 "2011년부터 생각한 <킹덤>은 그전까지 제작비*가 엄청나서 제작이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다가 넷플릭스에서는 가능하다고 해 시작하게 됐다"고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밝힌 바 있다.
* 시즌 1은 제작비 약 200억 원, 시즌 2는 회 당 약 30억 원이 들어갔다고 전해진다. 당시로선 평균 제작비의 약 4~5배 값으로 역대 최고 수준의 제작비였다.

2023 예산안 총 6조 7,076억 원 편성 '문화매력국가'로 도약 (Aug. 30, 2022, 문화체육관광부)

  위처럼 하나의 논쟁거리를 두고 의견이 양분되고 있지만, 하나 확실한 건 드디어 한국에서도 소위 '토종' OTT의 외형 성장을 넘어 건강한 IP 시장이 조성돼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우리가 정말 '차기 <오.겜>'을 기대한다면 과거 '지상파 방송 시대'부터 시장의 다윗으로 각개전투 해왔던 우리나라 중소 제작사들이 다른 나라의 골리앗들을 상대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의 실효적 지원이 필요하다. 마침 지난 8월 30일,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됐다. 세계적인 IP 육성을 위한 '위풍당당 콘텐츠 코리아 펀드'의 기금 증대나 한류 콘텐츠의 해외 진출 기반 확대 등을 위해 약 3조 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어쩌면 <오.겜> 보다도 재밌을 'K-IP게임'에서 과연 우리의 다윗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또 다른 낭보를 기다려 본다.

<오.겜> 공개일에 맞춰 오프라인 체험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태원 역사驛舍 공간에 마련된 '오겜월드'의 모습